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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야 집중이 잘 되고 에너지가 넘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머리가 맑아지고 생산성이 올라간다. 이를 두고 흔히 ‘아침형 인간(Early Bird)’과 ‘저녁형 인간(Night Owl)’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생활 습관 때문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과 저녁형의 성향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는 유전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우리가 언제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지는 유전적으로 어느 정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를 결정하는 생체 리듬, 유전적 요인, 그리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까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의 몸을 조절하는 ‘생체 리듬’이란?
① 생체 시계와 수면 패턴
우리 몸에는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가 존재한다. 이 생체 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한 ‘시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에서 조절되며, 수면, 각성, 체온, 호르몬 분비 등의 다양한 신체 기능을 통제한다.
- 아침형 인간: 생체 시계가 앞당겨져 있어 아침 일찍 멜라토닌(수면 호르몬)이 줄어들고, 몸이 빠르게 각성 상태에 도달함.
- 저녁형 인간: 생체 시계가 뒤로 밀려나 있어 밤 늦게까지 멜라토닌 분비가 지속되며, 아침에는 쉽게 깨어나지 못함.
즉, 개인의 생체 리듬이 언제 활발한 상태로 전환되는지를 결정하며, 이 과정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② 빛과 멜라토닌의 역할
- 햇빛은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아침에 빛을 많이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면서 각성 상태로 전환되고, 밤에는 어두운 환경에서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졸음이 유도된다.
- 하지만 저녁형 인간의 경우, 멜라토닌 분비가 늦어지면서 밤에도 깨어 있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즉,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는 생체 리듬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침형과 저녁형, 유전적으로 결정될까?
① 크로노타입(Chronotype)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크로노타입이란 개인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루의 활동 패턴을 의미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크로노타입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유전자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유전자와 크로노타입의 관계
- 2017년 영국 유전학 연구소(Genomics England)와 미국 생명공학 기업 23andMe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350개 이상의 유전적 변이가 발견되었다.
- 특히, PER3, CLOCK, BMAL1, CRY1 유전자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로 밝혀졌다.
- PER3 유전자: 길이가 길면 아침형, 짧으면 저녁형 경향이 강함.
- CRY1 유전자 변이: 수면 주기를 지연시켜 저녁형 성향을 강화함.
즉, 부모가 저녁형이면 자녀도 저녁형일 확률이 높으며, 크로노타입은 유전적으로 부분적으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② 유전이 전부는 아니다: 환경적 요인의 영향
하지만 유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적 요인도 크로노타입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어린 시절의 생활 습관: 어릴 때부터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생체 리듬이 조절될 수 있음.
- 직업과 사회적 환경: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업(야간 근무, 프리랜서 등)은 생체 리듬을 늦추는 경향이 있음.
- 디지털 기기의 사용: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수면 패턴을 지연시킬 수 있음.
즉, 유전적인 경향이 있더라도 환경적인 요인을 조절하면 아침형 또는 저녁형 패턴을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다.
아침형과 저녁형, 어떤 장점이 있을까?
① 아침형 인간의 장점
✅ 생산성이 높다 →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은 학업 및 직장에서 더 높은 성취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음.
✅ 정신 건강에 유리 →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기 쉬워 우울증과 불안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남.
✅ 사회적 생활과 잘 맞는다 → 현대 사회의 전형적인 일정(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에 적응하기 쉬움.② 저녁형 인간의 장점
✅ 창의력이 뛰어나다 →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 인간은 예술적 창의성이 높은 경향이 있음.
✅ 순발력이 뛰어나다 → 스포츠 선수 연구에서 저녁형 인간은 오후나 저녁 시간대에 더 높은 신체 능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남.
✅ 유연한 사고 능력 →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사고가 필요한 분야에서 강점을 보일 가능성이 높음.크로노타입을 조절할 수 있을까?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지만, 일정 부분 조절하는 것은 가능하다.
✅ 아침형으로 바꾸고 싶다면
- 아침에 30분 이상 햇빛을 쬐고,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 카페인 섭취 줄이기, 블루라이트 차단하기
✅ 저녁형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챙기려면
- 자기 전 명상이나 스트레칭으로 긴장 완화
-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최소 6~7시간 숙면하기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생활 습관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생체 리듬과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어느 정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 변이가 수면 패턴과 활동 시간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유전적 성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전이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적인 요인과 생활 습관을 조절하면 어느 정도 크로노타입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기상 습관을 들이고, 아침에 햇빛을 충분히 쬐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면 점진적으로 아침형 패턴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반대로, 밤늦게까지 업무나 창작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 저녁형 인간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건강한 수면 리듬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이해하고,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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